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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뜨고 있는 ‘메타버스’…제대로 알아보자

- 현실로 들어온 ‘가상의 현실’ 메타버스
-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 오픈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 데이터 윤리 정립해야
- 현실 법·제도 적용 논의도 필요

 

[문장원 기자]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말한 ‘시뮬라크르(simulacre)’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것들을 말한다.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바나나맛 우유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실체인 바나나보다는 바나나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이 가짜 바나나 우유를 더 좋아한다. 실체보다 이미지에 더 반응하는 것이다. 최근 이 시뮬라크르의 본질을 잘 반영한 확장현실(XR) 기술이 재부상하면서 이와 관련된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긍정적 전망, 코로나19가 가속화 시킨 새로운 디지털 사회와 문화에 대한 욕구가 결합하여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 증가하고 있다.

 

확장현실(XR)을 말하기 전에 메타버스(the Metaverse)를 짚고 넘어가자. 메타버스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 발표한 소설인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용어다. 소설 속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의 대체어로 컴퓨터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한 상상의 공간을 의미한다. 현실에선 메타버스의 “물리적 실재와 가상의 공간이 실감기술을 통해 매개·결합되어 만들어진 융합된 세계”로 정의하고 있다.

 

소설 속 개념이었던 메타버스는 미국 기반의 가속연구재단(ASF : 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에서 2007년 발표한 ‘메타버스 로드맵’에서 대안적 개념을 제시하며 현실이 됐다. ASF는 메타버스를 현실세계의 대안 또는 반대로 보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교차점(junction)·결합 (nexus)·수렴(convergence)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했는데, 가상 환경의 구현과 이용에 있어서 사물·기기, 행위자, 인터페이스, 네트워크 등 현실세계의 요소들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데에 따르는 것이었다.

 

 

메타버스는 현실이다

 

메타버스 유형으로는 ASF의 기준으로 테크놀로지와 이용자 간 관계의 스펙트럼, 테크놀로지와 현실 간 관계의 스펙트럼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사적인 기술은 아바타, 온라인 프로필, 직접 등장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의 정체성과 행위성의 발현에 초점을 둔 기술을 의미하고, 외적인 기술은 이용자를 둘러싸고 있는 바깥 세계에 대한 정보와 통제력을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또 증강기술은 이용자가 인식하는 물리적 환경 위로 새로운 제어·정보 시스템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기술, 시뮬레이션은 이용자 및 객체 간 상호작용을 위한 장소로써 현실을 모방한 가상의 세계를 제공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렇게 해서 메타버스는 크게 증강현실, 거울세계, 라이프로깅, 가상세계로 분류된다. 다만 각 유형은 명확하게 분리되기보다 점차 유형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먼저 증강현실은 이용자가 일상에서 인식하는 물리적 환경에 가상의 사물 및 인터페이스 등을 겹쳐 놓음으로써 만들어지는 혼합 현실을 의미한다. 최근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 ‘포켓몬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2016년 나이언틱(Niantic)이 닌텐도와 합작으로 출시한 게임으로 개발된 지 5년이 지났으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현재도 증강 현실 대표 서비스로 꼽히고 있다.

 

나이언틱은 구글어스의 전신인 어스뷰어(EarthViewer)를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로 공간정보, 3D 모델링, 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전문성에 기반해 2012년 최초의 위치 기반 증강현실 게임인 인그레스(Ingress)를 출시한 바 있다. 포켓몬고는 전작에 스토리와 문화적 감수성이 더해져 다양한 이용자에 소구하는 대표 게임으로 발전한 것이다.

 

 

네이버Z의 ‘제페토’도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다. 2018년 출시 후 2021년 1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 9,000명의 누적 가입자 확보한 상태다. 기반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3D 아바타를 생성하는 것에서 나아가 제페토 월드를 구축해 셀레브리티 아바타와의 소통 기능 및 소셜미디어 기능 등을 추가하여 증강현실, 가상세계, 라이프로깅이 모두 결합된 서비스로 확장시켰다.

 

거울세계는 물리적 세계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재현하되 추가 정보를 더한 ‘정보적으로 확장된(informationally enhanced)’ 가상세계다. 위성 이미지를 3D로 재현하여 실제 공간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 어스가 대표적이다. 또 2019년 출시된 가상의 부동산 게임 업랜드미(Uplandme)도 대표적 거울세계에 해당한다, 업랜드미는 대체불가토큰(NFT)을 사용해 부동산 투자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일에 업랜드상에서 트럼프 타워를 경매에 부치고, 같은 해 10월부터 실제 통화와 업랜드상의 부동산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등 현실세계와의 연동성을 높이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라이프로깅은 인간의 신체, 감정, 경험, 움직임과 같은 정보를 직접 또는 기기를 통해 기록하고 가상의 공간에 재현하는 활동이다. ‘페이스북360’이 여기에 해당한다. 2017년 자회사 오큘러스(Oculus)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공식 앱을 출시했고, 2018년 디지털 비디오카메라 제조사인 RED와 합작으로 3D 비디오 카메라를 출시하는 등 플랫폼-3D 기기-이용자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은 2000년대 말부터 부상한 자기 수치화(Quantified Self)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서비스다. 개인별 맞춤형의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용자는 개인이 달성한 기록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상세계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현실의 경제·사회·정치적 세계를 확장시켜 유사하거나 혹은 대안적으로 구축한 것을 의미한다. 2003년 린든랩(Linden Lab)이 출시한 온라인 가상세계 서비스 세컨드라이프는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등에 앞선 초창기 샌드박스형 서비스다. 정부기관, 민간기업, 교육기관 등의 디지털 트윈 구축해 공연·전시회 개최, 가상 일자리 제공, 현실세계 화폐와의 환전 시스템 도입 등 메타버스 비즈니스 모델의 원형 제공했다.

 

에픽 게임즈(Epic Games)가 2017년 출시한 3인칭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도 대표적인 메타버스다. 실제 뮤지션과 협업한 콘서트 개최, 패션 브랜드(나이키, 루이비통 등)와 라이센스를 맺은 스킨 출시, 업무 회의 공간 제공 등 게임을 넘어 현실과 가상을 잇는 종합적 문화·생활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 현실화 되고 있다. 우선 교육 분야에선 정체성 탐색, 상황 학습, 경험 확장, 몰입 확대, 문제 해결, 시스템적 사고 등의 기회를 제공하여 연령대에 따른 발달과업을 수행하고 지식을 효과적으로 확장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앞서 말한 세컨드라이프가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한 대표적 교육 사례다. 서비스 내에 홀로 코스트 박물관을 지어 전쟁 당시 상황에 대한 간접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추모회 등을 통해 공감에 기반한 학습 환경 조성한 바 있다.

 

또 메타버스 스튜디오는 고메타(GoMeta)가 개발한 증강현실 콘텐츠 개발 앱으로 코딩 스킬 없이 위치 기반 기술을 접목한 게임형 교구를 교사가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공간적·시간적 제약이 따르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메타버스로 관객 유입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전시·공연작과 관객과의 상호 작용성 강화하고 있다. 전시·공연 공간을 그대로 디지털 플랫폼상에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나아가 상호작용과 시공간성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포트나이트는 DJ 마시멜로와 협업으로 콘서트를 열어 1,100여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동시 관람했고, 2020년에는 래퍼 스래비스 스콧이 대륙별로 가상의 투어를 개최하여 2,700여만명의 이용자가 관람했다.

 

 

전통 미디어와 일부 온라인 미디어의 일방적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몰입형 광고와 오가닉 마케팅을 위한 기회 제공하는 방식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기도 한다. 샌드박스형 게임의 경우 낮은 비용으로 인해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공익, 문화·예술, 정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접목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내에 가상의 대통령 대선캠프를 마련하고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선거 공약을 알리고 투표를 권유했다.

 

이외에도 구찌는 테니스 클래시에서 구찌 디자인의 아바타용 테니스복 판매하거나, 루이비통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선보였던 루이비통 디자인의 스킨을 실제 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마찬가지다. 주요 자산인 파워 셀레브리티와 팬 간의 상호작용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는 현실의 아이돌과 가상세계의 아바타가 함께 활동하는 콘셉트의 걸그룹 에스파(aespa)를 데뷔시켰는데, 실제 인물과 아바타가 서로의 세계를 오가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다.

 

 

현실과의 괴리 보완해야

 

이처럼 메타버스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가상 세계로서 현실에 상존한다. 그만큼 현실과 가상의 괴리를 줄이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오연주 책임연구원은 “가상화폐, 아바타, 객체, 플랫폼 등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이용자 중심의 오픈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의 필요하다”라고 강조했고 메타버스 내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소유권, 아바타를 통한 불법적 행위, 논플레이어 캐릭터(NPCs, Non-Player Characters)에 대한 인격권 부여, 광고·사기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메타버스 내에서도 현실세계의 법·제도·사회 규범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 그 논의와 결정을 이끌고 갈 메타버스 거버넌스 구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데이터 윤리의 정립도 시급하다. 오 연구원은 “시선, 뇌파, 생체신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의 범위가 확장되고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개인정보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지면서 개인정보 수집·활용 및 보호에 대한 법적·윤리적 이슈가 부상할 것”이라며 “몰입형 기술의 대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관련 기술 및 콘텐츠의 개발 시 이용자 보호와 데이터 보안이 가장 우려되는 법적 위험으로 조사된 바 있다”라고 했다.

 

또 “확장세계 기술이 여가·레저의 목적을 넘어 공공 서비스에 활용될 계획이 확대됨에 따라 이용자들의 다양성에 따른 수용성 확보 및 포용적 서비스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라며 “메타버스 내 아이템 제작·판매, 가상세계 규율 관리, 가상 부동산 투자·거래 등 새로운 유형의 노동이 생겨나면서 노동권의 보장과 납세의 의무와 같은 노동 현안도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1990년대 AOL(American Online)의 채팅방에서 모니터 활동을 하던 커뮤니티 리더들이 활동에 대한 대가를 받기 위해 AOL을 상대로 소송했고, 2010년 AOL이 총 1,5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데 합의한 사례도 있다.

 

본 내용은 MeCONOMY magazine April 2021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