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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권두칼럼」 IPEF의 가입과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신 여러분에게

당선자 여러분이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지난달 23일 우리나라는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서 우리나라가 IPEF에 가입하는 것은 미국의 눈치를 보거나 다른 사람의 여론을 의식해서 선택한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서라는 뉘앙스를 가진 발언을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IPEF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익에 타격을 입을 거라는 뜻입니다. 이는 본질을 꿰뚫어 본 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IPEF는 단순히 경제 블록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경제 프레임워크’ 즉, 새로운 경제의 틀을 잡는, 이를테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디지털 산업의 표준화라든가, 물류 공급망을 논의하기 위한 국가 간 외교 통상 협의체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가입해서 우리나라가 얻는 이익이 무엇이냐?” 고 물으신다면, 필자는 “우리나라 제품을 세계적인 표준(기준)으로 만드는데 우리나라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이를테면, 전기소켓이나 자동차 밸브 등 거의 모든 공산품은 국제 표준이 정해져 있지요. 그런데 이런 표준은 산업화 초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아무런 기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로 유럽이나 북미 선진 공업국이 만들어 놓은 것을 우리나라는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 산업 환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디지털 제품의 표준(기준)을 IPEF를 통해 전 세계가 따르도록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다시말해 디지털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산업 제품의 세계 표준을 IPEF를 통해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세계적인 물류 공급망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표준(기준)이 인도태평양, 아니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때, 우리나라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요즘 세상은 모든 제품과 상품이 전 세계적으로 분권화 혹은 분업화가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부품이 2만~3만개에 달하는 자동차를 어느 한 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정해 진 표준에 따라 부품을 생산하고 있지요. 모든 제품, 특히 디지털 관련 산업은 이렇게 세계 여러 나라가 얽히고설켜 있으니, 누군가는 표준(기준)을 잡아야 하고, 물류 유통망에 대한 안전망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군대에서 집합할 때, 제일 먼저 기준! 을 세우지요. 기준을 세워놓지 않으면 오와 열을 맞출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디지털 산업의 선두주자인 우리나라가 IPEF에 가입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나가야하겠지요.

 

중국은 “IPEF가 미국의 앞잡이이며 중국을 외톨이로 만들려는 또 하나의 보호무역주의”라고 성토하고 있습니다. 사실 IEEF가 인도양태평양, 대서양을 잇는 해양세력이 중국 등의 대륙 세력을 경계하는 측면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드 때와는 다릅니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한미 두 나라의 문제였다면 IPEF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3개국이 모인 통상외교 기구라는 것입니다. 중국이 한국만을 딱 집어 보복을 한다는 것은 그래서 정당성이나 논리적으로 명분이 없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정책을 사자성어로 만들어보면 「안미경중(安美經中)」이었습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뜻이지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중국은 미국보다 우리나라와의 무역규모가 컸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IPEF 가입함으로써 우리나라의 통상외교 정책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와 같이 하겠다는 뜻의 「안미경세(安美經世)」인 셈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디지털 제품들의 원천기술은 대부분 미국에서 오는 것이 많습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제품을 중국에만 수출하는 것도 아니며, 중국 사람들은 그걸 가지고 다른 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팔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경제를 중국 한 나라에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세계는 국제 표준을 자국이 선점하고, 물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필자가 이 칼럼을 쓰는 동안, 지방선거의 사전 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장면이 TV화면을 통해 중계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누가 당선이 되던 우리나라가 IPEF가입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이로운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IPEF가 국가 간 외교통상기구이니 만큼 지방에서 관심을 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는 모두 지방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IPEF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제품의 국제 표준을 정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부터 우리나라 제품이나 서비스가 세계의 표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찾아봐야 합니다. 찾을 수 없다면, 국제 표준이 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요?

 

M햄버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햄버거의 원료에서부터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의 700여개의 전 과정을 표준화한 이 회사는, 덕분에 1년 365일, 품질이 똑같은 햄버거를 가장 빠르게, 가장 싸게, 가장 맛있게 제공해 세계를 석권했습니다. 필자는 평소 그것을 미국의 힘, 미국식 자본주의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M햄버거가 그처럼 햄버거의 표준을 세우자, 다른 여러 회사들도 M햄버거의 기준을 원용(援用, 끌어다 씀)하거나 비교하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만 했지요. 이에 비해 한식(韓食)은 손맛, 칼 맛, 불 맛 등에 치중해 표준화를 게을리해왔기 때문에-사실 표준화가 어려운 면도 있지만-세계화하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산업 시대에 우리가 도전해야 할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식을 포함한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를 원료에서부터 제품화 될 때까지 전 과정을 표준화하고, 이를 디지털 기기와 인공지능으로 연결 시키면, M햄버거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음식 혁명을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DNA가 뛰어난 우리나라 선조들의 노하우-이를테면 된장, 고추장 등 장류와 김치 등의 발표식품을 지역별로 표준화하고 디지털 기기와 인공지능을 접목하면 지역 특산물의 세계화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어디 음식뿐만 이겠습니까. 교육 커리큘럼마저도 표준화하여 세계가 따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바다로 고립된 섬에 학생 수가 몇 안 되는 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렸다고 칩시다. 그런 학교가 육지학생들의 섬 유학 커리큘럼을 만들어 학생 수를 크게 늘렸다면, 그 학교의 커리큘럼은 국제 교육 표준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필자가 지방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지역 경제 공약을 들어보면, 워낙 지역 현안이 시급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자신의 지역에서 세계의 표준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찾아봐야 하고, 없다면 만들어내야 하겠지요.

 

IPEF의 참여국은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해 호주, 브루나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3개국입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중 7개국이 참여했습니다. 친중 노선이 강한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등 아세안 3개국과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은 제외됐습니다.

 

이미 세계인은 우리나라를 'K팝' 'K푸드'로 연상한다고 합니다. K-뷰티, K-팝, K-드라마,K-웹툰,......등등 무수한 K-시리즈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K 뒤에 붙여 세계의 표준이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만들어 주실 것을 이번 지방 선거에서 당선되신 여러분들에게 귀띔 해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