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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 실리콘밸리 AI 산업화 초동 대열에 적극 참여해야

-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 한국의 포지셔닝(2)

 

『1편』에 이어 >>> 우리나라 기업들도 거대 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GPT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국내 시장 방어용에 그쳐서는 안 될 것 같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AI 비즈니 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도 단발로 안주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지금 마라톤에서 선두를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와 실시간으로 연동해서 움직여야 한다.

 

서울에서 실리콘밸리 동향을 지켜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 LG, KT, 삼성, 현대차 정도는 AI기술을 전담하는 부서든 지사든 실리콘밸리에 상주시킬 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을 겨냥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오픈AI사, 구글, MS, 메타 등 빅테크들과 제휴하고 AI벤처기업들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미국 SMR 원전기업이나 재생에너지 기업에만 자본투 자하고 있을 때가 있다. 


첨단기술은 태동시기에 참여하지 못하면 쫓아가기에 애를 먹고 어쩌면 영원히 따라가지 못한다. 유럽과 일본이 야후의 인터넷 서비스 기술을 초기에 따라가지 않고 머뭇거리다가 영원히 탈락하고 말았다.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산업이 그나마 건재한 것은 몇몇 기업들이 산업 초기에 혼신을 다해 자신의 서비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삼성이 애플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았으면 노키아꼴 날 뻔했다. 간발의 차이로 삼성의 결단과 신속한 개발이 한국 경제를 살린 것이다.  


이번 AI산업은 다시 한 번 거대 산업 생태계를 뒤바꿀 빅뱅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AI산업은 MS와 애플을 만든 퍼스널 컴퓨터 혁명과 구글과 페이스북을 만든 검색과 SNS 혁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한국 경제와 기업들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의 AI 산업 대처는 너무 안이하다. 우선 업계부터가 국내 시장만 지키면 됐지 하는, 한가한 자세를 보이는 것 같아, 지극히 염려스럽다. 우리도 거대 언어모델이 있다고 하면서 만족하는 것 같다. 지금 한국경제는 정주영과 이병철 회장과 같은 큰 인물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는 무슨 물건과 서비스이든지 글로벌로 내다 팔아야 현재의 경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 AI기술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여겨졌던 중국은 시진핑 체제 이후 알리바바와 텐센트, 화웨이 등 빅테크들이 반도체 불안정과 규제 강화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일본과 유럽은 AI기술을 비즈니스 모델로 지속 개발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잘 안 보인다.


AI 산업 경쟁에 뛰어들려면 컴퓨터와 인터넷 사업을 하는 빅테크와 소프트웨어 등 연관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컴퓨터 하드웨어-인터넷-소프트웨어 산업생태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유럽과 일본은 이와 같은 산업 생태계가 빈약 하다. 

 

한국은 삼성과 LG, SK하이닉스와 같은 컴퓨터 하드웨어 산업이 탄탄하고 국내 시장을 유의미하게 비즈니스를 해온 네이버와 카카오가 있고 특히 네이버는 해외 비즈니스 경험도 있다. 문제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약한데, 기술보다는 글로벌 안목과 리더십을 가진 뛰어난 벤처기업 가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약체 원인이라고 본다.

 

SW기술을 가지고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굉장히 많다. 그들을 불러들여오면 기술 문제는 해결된다고 본다.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과 기술벤처산업의 문제는 역량 있는 경영자들이 드문 데 있다.

 
레거시 산업국가에서 첨단기술 산업 국가 발전 전략

 

한국이 미국과 일본, 유럽의 전통적 레거시 산업을 습득하고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걸린 기간은 10년이었 다. 한국전쟁으로 전국이 완전히 잿더미가 됐기 때문에 한국의 공업화는 1950년대 시작됐다. 그리고 10년 후 1960 년대부터 기술적으로 가능한 산업부터 하나씩 수출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섬유산업을 저임금이란 이점을 기반으로 수출 산업화에 성공했다. 한국은 1960년대 수출 경험에 힘입어 거의 10년마다 레거시 산업들을 차례로 정복해왔다. 1997-8년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선 레거시 산업과 더불어 첨단기술 산업에서도 괄목할 만한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첨단기술과 첨단산업을 얘기할 때, 기술과 산업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첨단산업을 지키기만 하면 망한다는 지혜를 알아야 한다. 기술이 산업화 되려면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 투자와 정 부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기술만 가지고서는 산업으로 발 전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과 같이 보조금 지원 정책도 초기에는 효과적이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시행되면 보조 금 받는 기업들이 재정 운용에서 느슨해지고 개발과 시장 수요에 맞춘 기술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혼신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것은 인간 본성의 약한 고 리인 까닭에 생존력 약화는 피할 수 없다.

 
유럽의 강대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왜 오늘날 제조업 약체국이 됐으며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굴기에 흔들리고 있는가. 기존의 전통적인 레거시 산업 에 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첨단 산업을 일으키기는커녕 쫓아가기 위해서라도 기존 레거시 산업을 갈아 엎어야 한다.

 

일부러 망하게 할 수는 없다고 하면 저절로 쇠락하도록 내버려 두기라도 해야 한다. 유럽은 그것을 못하고 파업을 벌이니까. 타협을 해서 계속 끌고 오다 보니, 전기차도 2차전지도 다 놓치고 말았다. 배터리 산업이 안 되니까, 독일에서는 합성석유를 공급해서라도 엔진 자동 차를 유지하려고 한다. 자동차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를 위 해서라는데 고육지책이다. 그런다고 레거시 산업이 첨단 산업이 될 수는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 령의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육성 정책을 다 뒤집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보호한다고 실제로 바이든 정책을 폐기해버리면 가뜩이나 약해질 대로 약해진 미국 제조업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 이 매우 크다.


LCD로 대표되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일본이 창출한 산업이다. 그 디스플레이 산업의 기술을 한국이 습득하고 뒤이어 중국이 습득하여 지금은 일본은 거의 탈락하고 한국과 중국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OLED에서 중국에 비해 기술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2021년부터 중국에게 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어떤한 산업이 첨단산업에서 레거시 산업으로 바뀌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후발국이 저임금과 보조금을 바탕으로 선도국의 시장 점유율을 추월하고 마침내 품질까지도 앞서갈 때라고 본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현재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시장이 매우 크고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

 
중국은 힘이 붙으면 무섭게 굴기하지만 힘이 빠지면 금세 약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막대한 보조금도 독약이 됐을 수 있다. 너무 내수 시장이 큰 것도 품질 향상에 결코 좋은 여건만은 아니다. 한국은 어려운 시기에도 ‘사즉생’의 끈기로 버티면 디스플레이 산업의 1등 자리를 되찾아올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른다. 


반도체 산업도 지금은 첨단 산업이지만 중국이 자립하면 레거시 산업화할 것 같다. 그러나 반도체 특성상 한 나라 가 모든 반도체 산업을 다 경쟁력 있게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의 틈새는 충분히 있다. 한국 반도체산업은 메 모리만큼은 지키면서 파운드리 영역을 확장해가고 설계 능력을 서서히 키워가는 전략을 구사하면 좋은 듯하다.            


미-중 간 기술경쟁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위태해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중국은 개방 이후 지난 40년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미국과 유럽, 일본, 대만과 한국의 기술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였다. 그러는 사이,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은 몰락해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 자동차산업조차 현재에 이르러서는 중국 의 전기차 굴기에 엄청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미국과 유럽의 첨단과학기술이란 대학과 연구기관에 주로 있을 뿐 제조업 기반이 없어 바람 앞의 등불이 된 상태이다. 중국의 군사기술 굴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반도체 기술도 일본과 대만,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의지하여 지탱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로 자유민주세계의 첨단기술은 겉 보기에 그럴듯해보여도 중국의 야심 앞에 일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첨단기술 포지셔닝은 한국 경제의 미래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체제의 미래에도 사활적 급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