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미국에 화학비료가 도입되자 흙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면서 반기를 들었던 미국의 토양과학자 플랭클린 히람 킹(1848~1911)은 113년 전인 1909년 미국을 떠나 화학비료 없이 4천 년간 지속가능한 농사를 대대손손 지어온 조선의 자연생태농업을 답사하고 돌아갔다. 미국은 그의 예언대로 흙속의 미네랄이 고갈되고 병충해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농무부는 1929년 ‘동양식물원정대’를 파견해 뿌리에서 스스로 질소비료를 만드는 콩 종자를 조선에서 무려 3천점 이상을 수집해 돌아오게 함으로써 화학 비료와 농약이 필요 없는 새로운 작물 개발을 꿈꿨다. ‘농업의 황금기’를 거친 뒤 미네랄이 고갈되고 병충해가 닥친 미국 조선 고종 26년(1889년). 고종은 식량난으로 식량 수출을 금지하는 방곡령(防穀令)을 선포했다. 하지만 고종 21년 조선과 통상조약을 맺고 있었던 미국은 조선이 방곡령을 선포한 그해 워싱턴 DC에 농무부를 설립하고 식량 증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20세기 초부터 본격화된 화학비료 농법에 힘입어 1910년~1914년 동안 농업의 황금기(golden age)를 구가하며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국과 수출국으로써의 위상을 확립했
서로 다른 구성원들의 갈등을 설득과 동의를 통해 조정해야 하는 민주주의는 정치가들의 말에 의해 작동된다. 그러므로 정치인의 말은 품격과 논리, 그리고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저속하고 비논리적이며 감정에 치우치면, 상처가 증오가 되고 적대감으로 바뀐다. 상대진영을 공격하고 깎아내리기 위해서 천한 말을 사용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 요즘 정치인들의 언어로 인해 사회가 분열하고 있다. 인류의 긴 역사를 통해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감동적인 연설을 복기(復記)해 봄으로써 우리 국민을 감동시키고 사회를 단결시킬 수 있는 정치적 언어를 찾아보고자 한다. 민주주의를 완성한 아테네의 정치지도자 페리클레스 기원전 431년, 지금으로부터 2453년 전.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전쟁(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전사한 젊은 아테네 청년들을 포함한 전몰장병을 추도하는 장례식을 열었다. 관례에 따라 장례식에서는 마지막 순서로 아테네를 대표하는 시민의 연설을 들을 차례였다. 그때 투구를 쓴 긴 얼굴의 페리클레스가 연단을 향해 오르자 운집한 시민들이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다른 연설 때 같으면 그의 이름을 연호했을 터였지만, 오늘은 전몰자 추도 장례식이다.
지난 호에는 인간의 자연파괴에 맞서 인류멸종을 노리는 지하 미생물 제국-진균류(眞菌類)가 모였다고 했다. 마침 흙속 미생물 연구자들 간에 ‘흙속의 진균류가 네트워크로 연결됐다, 안됐다’는 찬반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이 내용을 소개한 뒤 지하 세계가 꾸미는 인류 멸종 시나리오-흙의 저주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려 한다. 흙 속 균류의 정보 네트워크에 대한 의문 오크에서 단풍나무까지, 모든 초목의 땅 속 뿌리에 모인 진균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돼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당(糖)과 소량의 탄소(炭素)를 주고받는다. 이게 사실일까? 캐나다 Albert 대학의 균류학자인 Justine Karst는 그녀의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집으로 돌아와서 하는 말을 듣고 놀랐다. 아들은 나무들이 지하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배웠다는 거였다. 그녀는 이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두려움마저 느꼈다. 그녀의 동료인 미시시피 대학의 Jason Hoeksema도 ‘Ted Lasso’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축구코치가 다른 코치에게 숲속의 나무들이 필요한 물질을 먹기 위해 경쟁을 하기 보
기후변화에 의한 가뭄과 홍수가 유난히도 많았던 올해, 특히 연중 평균 강우량이 우리의 절반가량인 750mm인 유럽은 전 지역을 강타한 가뭄으로 라인 강의 수위가 48cm까지 떨어져 선박운송까지 차질을 빚었다. 그렇다면 지금 바닥을 보이며 사막화 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 가뭄이 든다면 어떻게 될까? 맑은 물이 흐르던 우리나라 가을철의 강과 하천 비가 많이 내렸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맑은 물이 흘렀던 우리나라의 강과 하천, 그리고 시내와 개울이었지만 요즘 어느 하천이든 수량이 크게 줄어 개울처럼 물이 졸졸 흐르거나 바닥을 보이며 말라버렸다. 게다가 퇴적물이 쌓여 강과 하천가에 모래톱이 생기고, 곳곳에 흙더미와 모래더미가 풀숲을 이룬 묘지처럼 드러난다.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던 우리네 고향의 시냇물이 그렇게 된 이유는 해마다 쌓이는 퇴적물을 긁어내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바닥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아직도준설이란 말이 나오면 4대강 운운하며 뱀눈을 뜨고 쳐다본다. 풍차와 운하로 물을 다스림으로써 세계 2위의 농업 대국을 만든 네덜란드는 이번 가뭄을 겪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뉴욕타임스 2022년 10월 13일자 「Netherlands turning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대기 중의 탄소는 원래 흙에서 나왔다가 식물의 광합성 등을 통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모든 유기화합물 (有機化合物)의 필수성분이다. 산업화 이전까지는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탄소의 양적(量的) 균형이 이루어졌지만 화석연료, 농약, 화학비료가 사용되기 시작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크게 늘어나 현재 400ppm을 넘어섰다. 이는 대기 중 탄소농도의 마지노선이라고 알려진 350ppm을 무려 50ppm을 초과하는 양이다. 그렇다면 왜 탄소중립의 균형을 이루며 지상의 모든 생명체에 먹이를 제공해 주는 대지(大地)가 잉여탄소 저장을 거부하고,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있을까? 인간의 자연파괴에 대한 복수, 인류멸 종을 노리는 지하제국의 반란을 취재했다. 보복을 준비하는 지하제국 지하세계의 반란 소식을 전하기에 앞서 지금 인류가 처한 위기를 설명하겠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6번째 생명체의 멸종을 가져올 온실가스 -화산폭발로 생긴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덮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서 생명체가 멸종하는 등 45 억년 지구 역사에서 대멸종은 5번이 있었다- 는 화산폭발로 인한 것보다 인간이 200년간 배출한 양이 5배나 더 많다. 온실 가스는
인구 24만6천명인 일본의 과학계획도시 이바라키 현의 쓰쿠바(筑波)시, 이 도시 주변에는 우리나라의 읍면 중심지와 비슷한 주변 시가지(市街地)가 8곳이 있다. 최근 들어 이곳으로 대도시에서 직장생활을 그만둔 청년, 중년층의 이주가 늘어나고 있다. 저 출산, 고령화를 의식하지 않는 이들은 도시 농촌에 터를 잡고 오로지 자신의 꿈을 펼치며 자기 스타일로 살아가는 「쓰쿠바 스타일리스트」들, 이들은 왜 일본의 700여개 도시가운데 쓰쿠바의 도시농촌을 택한 것일까? 수도권 인구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본의 고민 일본은 어느 도시를 가던 바늘하나 들어갈 틈이 없는 완벽한 빌딩에다 깔끔하게 정리정돈 된 거리를 만나게 된다. 또한, 지방 중소도시를 생활거점으로 삼는 농촌지역이 전반적으로 조용하긴 해도 도시 못지않은 생활환경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이 선진국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갑자기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다. 물론 10년 전부터 일본 열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인구감소라든가 지방소멸 위기가 피부로 느껴지지만 말이다. 도쿄 아키하바라역에서 시속 130km로 달리는 쓰쿠바(筑波)행 급행을 타고 쓰쿠바시로 가
경제이론과 정책을 그렇게 똑똑하게 설명하는 경제학자들이 어째서 창업을 한다거나 주식 투자를 해서 큰돈을 벌지 못하는 것일까? 경제를 공부하면 다른 사람보다 돈이 다니는 길목에 버티고 서서 돈을 더 많이 긁어모을 수도 있을 법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학교 졸업장이 없는, 일본 와세다 대학 중퇴가 전부인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경제학자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으며 경제학 관련 서적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동양고전 『논어』만 즐겨 읽었다. ‘천자문, 명심보감을 떼고 초등학교에 들어갔더니 더 배울 게 없더라’는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신문대학을 나왔다고 할 정도로 매일 아침 신문을 통독했다. 이처럼 경제학 서적을 멀리하는 경영자일수록 돈을 벌고, 경제 공부에 매진하는 경제학자들은 왜 그렇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 똑똑한 사업가는 실패 한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경제학자를 포함해) 사업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올바른 방법으로 경영하는 대신 잔꾀를 부리는 잔머리 굴리기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라 했다. 원문은 “The reason why businessman failed is, they preferred to be clever rath
탄소중립이 갈급한 지구에서 두 바퀴를 단 자전거만큼 유용한 기구가 또 있을까. 속도는 자동차만큼 빠르지 않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타는 이는 물론, 국민의 건강까지 지켜 주는 자전거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약칭: 자전거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자전거의 역할과 평가는 후진적이다. 마침 자전거 세계 여행가가 쓴 탄소 중립과 자전거의 역사를 다룬 책이 뉴욕타임스에 서평으로 나왔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자전거 철학서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소개한다. (Two Wheels Good: The History and Mystery of the Bicycle by Jody Rosen, Illustrated, 396 pp, Crown, $28.99, 뉴욕타임스 Charles Finch의 서평) 유물론적 관점에서 본 자전거의 존재 이유 단일 사물-이를 테면, 소금, 나무, 양-의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시간의 흐름을 다룬다. 다시 말해 유물론적(唯物論的) 관점에서 단일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어떤 주제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일이 없이 단지 그 사물만을 추적함으로써 수 천 년에 걸친 깊이를 알 수 없는 부분까지 우리를 인도할 수 있다. 이
“인테리어보다 밥맛”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인테리어에 투자할 돈이 있으면 그 돈을 가지고 좋은 쌀을 구해 맛있는 밥을 지으라는 말이다. 그러면 어느 식당이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그런 말까지 들어야 할 만큼 우리의 주식인 흰쌀밥맛이 떨어졌을까? 쌀밥이 외래 음식에 밀리고 있으면서 농어산촌의 인구감소,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도 너무 맞지 않는 소리다. 지역 경제가 도약하고, 그럼으로써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농어산촌이 되려면 밥맛의 경쟁력부터 되찾는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듯싶다. 지속가능한 농업의 ‘두엄’, 뿌리를 1미터 깊이까지 내려가게 만들어 최근 30억 달러(약 4조2천억 원) 규모의 회사를 비영리재단과 환경단체에 기부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83) 회장, 암벽등반 전문가인 그는 60년대 초 주한 미군으로 근무하면서 북한산 인수봉 암벽을 자주 오르내렸다. 그때마다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들은 “어떻게 매년 똑같은 논에서 지속적으로 쌀을 수확할 수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졌다가 농부들이 논에 뿌리는 두엄(퇴비의 순우리말)덕분이라는 걸 알게
두 개의 송전탑 사이를 사이클을 타고 건너갈 수 있을까? 허공에 연결한 레일 케이블 위를 줄타기처럼 사이클로 달리는, 이름 하여 ‘극한(極限)의 사이클’. 스릴과 모험을 즐기며 자신감과 개척정신 그리고 모험정신을 찾고자하는 극한의 놀이시설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선보인 공중곡예 사이클이나 스포츠클라이밍도 마찬가지. 과연 극한의 놀이문화시설이 지방소멸 위기를 구출할 동아줄이 될 수 있을까? 고공의 스릴, 하늘을 나는 사이클 “으~아아”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높이 25m 상공에서 3명의 사이클의 탑승자가 두려움과 아찔한 스릴이 섞인 비명을 지르며 아득하게 머리 위를 지나간다. 공수낙하훈련용 시설물인 막 타워(mock tower)같은 철제 구조물이 250미터 간격으로 양쪽에 세워져 있고, 왕복 6줄의 케이블이 이어져 있다. 이 케이블 위에 설치된 사이클을 타고, 탑승자는 은하철도99처럼 허공에서 페달을 밟으며 하늘을 날아간다. 물론 안전하다. 사이클은 레일 케이블에서 절대로 이탈하지 않으며, 탐승자의 몸에 착용하는 하네스와 머리 위에 있는 생명선이 연결되는 3중 안전장치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포감은 케이블이 아래로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이 지난 8월 24일 90세의 일기로 자택에서 타계했다. 일본인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본의 3대 경영인의 한 사람이다. 일본 사람인 만큼 우리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는 우리 나라의 식량 증대에 기여한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의 사위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승려가 됐지만 77세의 나이에 수상의 부탁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일본항공 JAL의 회장으로 취임해 8개월 만에 24조원의 부채를 갚고 재기할 수 있도록 했다. 10여 권이 넘는 많은 저술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가 2009 년에 출간한, 아무런 홍보도 없이 묵직한 메세지만으로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가 팔렸다는 『왜 일하는가?』 라는 책을 소개하며 그가 남기고 싶어 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 책은 지난 10년간 삼성 임직원들이 가장 많이 추천했고 기업인들의 서평이 가장 많이 붙었다고 한다. 왜 일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일을 한다는 것은 지금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한다는 뜻이다. 그런 일은 삶에서 오는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만병 통치약과 같다. 역경과 불행에 사사건건 휘둘리며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고
“우리 농장에 쥐가 얼마나 많았으면 우리 공사를 하러 온 사람이 쥐를 잡겠느냐?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쥐가 있다는 걸 어떻게 쉬쉬만 하고 있었냐,”고 질책했다. 비난의 화살이 다른 사람으로 쏠려 갑자기 설렁해진 그가 사장에게 조용히 제안했다. “사장님, 비닐 속에 평당 5~6마리의 쥐가 잡혔으니, 제가 공사한 돼지우리 천장을 100평으로 잡으면 적어도 500마리 이상의 쥐가 있다고 보면 될 것만 같습니다. 이런 놈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먹고살았겠습니까? 제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마 사료를 먹지 않았을까요? 지금부터 쥐를 잡으면 사료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고... ” 사장이 무슨 말인지 알았다면서, 그의 말을 막고 전 직원이 나서 당장 쥐부터 잡으라고 지시했다. 사장의 지시에 따라 그는 자신이 공사한 돼지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 천장에 습기 방지용 비닐을 쳐서 농장에 사는 쥐들이 빠지도록 하는 그의 쥐 포획전략은 적중했다. 그의 비닐 천장에 빠진 쥐들은 비닐 바닥이 미끄러워 다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그물을 걸려 나오듯이 잡혔다. 그러나 잡히는 쥐의 수는 5백 마리, 아니, 그 이상이었다. 어제저녁에 쥐를 몇 백 마리를 잡았다는 보고를
올해 추석을 앞두고 사과 값이 30%가 오르는 등 모든 과일 값이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 만큼 맛과 단단한 과육 등 과일 본연의 특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가공식품처럼 영양성분 표시가 없는 과일은 예전에 먹던 기억을 근거로 맛을 평가하기 마련인데, 올 추석의 비싼 과일은 대개 맛이 싱겁거나 과육이 단단하지 않고 푸석거렸다. 이에 비해 필자가 맛을 비교하기 위해 먹어 볼 기회가 있었던 경북 영주의 모씨가 재배한 홍로 사과는 입에 대고 씹는 순간, “아, 옛날 사과 그 맛이다”라는 식감이 느껴졌다. 마침 사촌형이 시골 텃밭에서 키우는 사과 맛도 그러했으므로 나는 영주의 모씨가 조성한 사과밭의 흙은 다른 과수원과 다를 것이라고 직감했다. 일본 아오모리에서 나온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도 사과밭의 흙을 산(山)의 부엽토처럼 만들면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영주의 모씨가 재배한 홍로는 그러한 토양환경에서 자랐을 게 틀림없다. 살충제와 농약, 비료 등으로 흙이 힘을 잃으면, 그곳에 뿌리를 내려 영양성분을 흡수하는 과수(果樹)의 열매는 본연의 맛을 잃기 마련이다. 마침 뉴욕타임스에 와인을 고를 때 포도밭의 흙부터 따져야
전직 교수이자 세계 여행가인 김현주씨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대면(對面) 여행이 힘들어지자 그 대안으로 내 나라 걷기를 시작해, 3년 동안 스스로 개척해 답사한 300여 개 임도(林道)걷기 코스를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임도는 (차량통행이 가능한)폭이 1.5m 이상이 4만4862km(28%)이고, 보행만 가능한 소로(小路), 즉 산길은 11만6340km(72%)여서 임도포함 총16만1483km에 달하고 있다. 지구둘레의 4배에 이르는 호젓한 임도에다 기존의 둘레길, 강과 하천, 들판 길 600여 곳의 일부구간을 직접 답사한 사람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전국 산골 방방곡곡을 누빈 그는 우리나라 농어산촌의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보다 많은 사람이 숲길을 걸으면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농어산촌 마을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목이 부러지고...죽을 고비를 넘긴 3년간의 숲길 여행 “더 이상 걸을 곳이 없습니다. 이제 내 나라 걷기를 끝내야할 것 같습니다,” 60대 중반의 그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작업을 하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깨가 떡 벌어져 있고, 뼈대가 굵고 군살이 없어 몸이 돌덩이처럼 단단해 보
최근 한국에서 가장 잘 산다는 강남, 서초 일대가 물바다가 되어 난리를 치렀지만 그런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양은 배수구 역할을 하던 청계천에 퇴적물이 쌓여 비만 오면 범람하는 바람에 시내가 물바다가 되곤 했다. 강남 서초 일대가 물에 잠겼다는 것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생리를 무시하고, 제2의 청계천이라는 반포천과 합류하는 한강의 바닥 높이를 계산하지 않고 개발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일대는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면 수억 톤의 빗물이 반포천으로 흘러가지 못해 저수지처럼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비만 오면 청계천 물난리에 골치를 썩였던 조선의 조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 까? 그들의 지혜를 오늘에 되살려 본다. (필자 주; 청계천에 관한 역사는『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조광권 저, 여성신문사, 2005년을 전재하거나 요약했 으며, 현대적 설명과 소제목은 필자의 가필임을 밝혀둔다) 영조의 자랑, 개천(청계천)의 준설 공사 전국 8도와 수도권 백성을 동원한 대대적인 개천(청계천) 준설을 단행한 태종, 세종 이후 개천 정비에 가장 큰 힘을 쏟은 임금은 영조였다. 영조는 재위 49년(1775 년) 8월 6일, 세손
국내 태양광 산업이 침체기를 겪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북미와 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K-태양광’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규제·수익성 리스크가 큰 내수 시장 대신 정책 인센티브가 견고하고, 대규모 수요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활성화된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이다. 핵심은 세 가지이다. 첫째 미국의 제조·투자 세액공제(IRA·45X)로 대표되는 정책 가시성. 둘째 장기 전력구매계약(PPA/VPPA)을 통한 수요자 직결 구조. 셋째 중동을 중심으로 한 기가와트(GW)급 초대형 단지에서 나오는 규모의 경제이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539억 달러(약 77조6000억원)였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2026년 3337억 달러(약 480조9000억원)로의 성장을 예상한다. 가격 경쟁 심화와 단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책·수요·규모 등 세 가지 호재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 달턴(모듈)과 카터스빌(잉곳·웨이퍼·셀·모듈)을 잇는 이른바 ‘솔라허브’로 북미 내 완전한 수직계열을 갖췄고, 미 에너지부(DoE)의 대규모 대출 보증(14억5000만 달러)을 기반으로 증설을 이어가는 중
지난 11월 27일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된 후 ‘우주 신약’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누리호에 국내 우주 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의 실험용 큐브위성 ‘BEE-1000’(비천)과 한림대가 개발한 줄기세포 배양 장치 ‘바이오캐비닛’이 실렸기 때문이다. 비천은 우주 무중력 환경에서 항암제 주성분인 ‘펨브롤리주맙’의 결정화에 도전한다. 결정화 과정을 모니터링해 신약 설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캐비닛은 줄기세포 3D 프린팅과 분화, 배양 기술을 검증하는 게 목표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우주에서는 중력이 약해(미세중력) 지구에서는 어려운 단백질 구조 결정화나 고순도 약물 제조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중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단백질이나 특정 후보물질의 입자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어 정밀한 신약 설계와 작업이 가능하다. 가령, 지구에서 단백질은 무른 성질을 가져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고 일정 형태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우주에서는 중력이 거의 없어 깔끔한 형태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정교하게 진행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선점한 우주 신약 개발에 K-바이오도 동참하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
미중 양국 정상이 다자회의와 상호 국빈 방문을 통해 내년에만 최대 4차례 만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간 ‘강 대 강’으로 치닫던 양국 간 경제 현안 갈등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중이 전략적 핵심 현안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의 뇌관으로 급부상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 사나에 총리에 “대만 문제와 관련 발언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중 정상의 4차례 회동 가능성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처음 구체화됐다. 베선트 장관은 11월 25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미·중 정상이 최대 네 차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며 그 시나리오로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국빈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국빈 방문 △미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중국이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를 꼽았다. 그는 “1년 동안 네 번의 회담이 있다면 양국 관계에 큰 안정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고위급 소통 자체를 ‘위험 방지 장치’로 평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2026년 미중 관계의 ‘유화 국면’ 가능성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오픈AI의 챗GPT를 활용해 ‘AI와 로봇 기술은 화이트칼라(사무직)와 블루칼라(현장직) 전반에서 광범위한 직종 대체로, 향후 10년 내 미국 안에서만 최대 1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AI의 영향으로 간호사의 40%, 트럭 운전사의 47%, 회계사의 64%, 교육 보조원의 65%, 패스트푸드 종사자 89%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생성형 AI 확산이 일자리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생성형 AI 활용능력을 배우고, AI 윤리성도 함께 향상시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상은 부산시 AI위원회 위원(DMN 대표)은 최근 국회에서 ‘생성형 AI 활용능력·사용자 윤리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을 열었다. ‘미래 일자리를 위한 AI 활용교육’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한 이 위원은 "현재 우리는 ‘속도 격차’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 생성형 AI 등장으로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 최근 우리 사회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인재양성 시스템은 산업사회형 모델로 ‘연(年)’ 단위,
내년 3월 이른바 ‘해상풍력 특별법’(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한국 해상풍력 시장의 룰은 한 번 크게 바뀐다. 정부가 미리 입지를 골라 환경·경제성·수용성을 검증한 뒤, 그 안에서 사업자를 뽑는 계획입지와 공공주도 모델이 법제화되는 것이다. 개발사는 더 이상 “좋아 보이는 바다부터 점 찍고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가 지정한 개발구역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의 블랙록이 한국 정부에 해상풍력·재생에너지·AI(인공지능) 인프라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내밀었다. 블랙록이 굴리는 자산은 2025년 3분기 기준 13조50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경9000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해상풍력 특별법과 공공주도 모델을 올라타고, 에너지 전환과 AI 허브 전략을 동시에 밀어붙일 수 있는 “꿈의 재무 파트너”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같은 시기, 또 다른 외국계 해상풍력 개발사인 노르웨이 에퀴노르는 제주 추자도 해상풍력 공공주도 사업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제주에너지공사가 공모한 2.37GW ‘추자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에 1·2차 모두 불참했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설계·시공을 맡았던 현대건설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이후 국토교통부가 재입찰 공고를 내지 않으면서 일정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현대건설의 철수 직후에는 사업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정권을 새로 잡은 이재명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연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업 추진 자체는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설계·시공을 맡을 기업을 어떻게 선정할지, 공사 기간(공기)은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 또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안전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M이코노미뉴스는 그간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싸고 불거진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 재입찰 공고 지연…시공사 선정 후에도 최소 6개월 설계 필요 현재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 안에는 재입찰 시기와 공사 기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작업 자체가 순조롭지 않은 분위기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월 29일 기자회견에서 “11월 초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연말에는 재입찰 절차를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최종 확정됐다. 지난달 29일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및 안보 관련 주요 쟁점에 합의한 지 16일 만이다.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설명자료 작성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뒤 "이로써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 중 하나였던 한미 무역·통상 협상 및 안보 협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발표한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지난 7월 한미 양국 간 큰 틀에서 합의한 무역 합의가 연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 전략적 투자 2000억 달러를 하는 대가로 미국이 자동차와 차 부품, 목재 등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양해각서(MOU)에 따른 투자액이 한 해에 200억 달러를 넘지 않도록 했는데, 외환 시장 안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 의약품에 부과하는 관세 역시 15%를 초과하지 않기로 했고, 대미(對美)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향후 체결될 수 있는 미래의 협정과 비교해 불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규제지역을 일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엄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에 ”규제지역 조정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김 장관은 "현재 화성이나 구리의 경우 부동산 가격의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다만, 김 장관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 대처를 통해 정부 시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고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첫째 주(11월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동탄을 낀 화성시와 서울 동부권에 인접한 구리시는 각각 0.26%, 0.52%로 직전 주 대비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거래량에서도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15 대책 이후 수도권 비규제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22% 늘었다. 화성시는 대책 전(20일 간) 561건에서 대책 후(20일 간) 890건으로 거래가 증가했고 구리시는 대책 전 133건에서 이후 187건으로 거래향이 41%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