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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기꾼과 가짜뉴스가 같은 이유


 

사기꾼은 자신들의 사기 행각을 절대로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기가 사기라고 할 때는 이미 사기가 아니라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기꾼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진지하고 진짜보다 더 그럴 듯한 행동을 한다.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아, 당했구나!” 했을 때는-필자를 포함해서 그게 사기였음을 알게 되지만 이미 때는 늦으리. 


“당신이 어떻게 내게 사기를 쳐?” 사기꾼 멱살을 잡고 분노를 터뜨려 본들 그 놈의 사기꾼은 끝까지 우긴다. “내가 사기를 쳤다고? 난 절대 사기 치지 않았어, 왜 그게 사기냐?”고 반격한다. 눈곱만큼 시인한다고 해도 대부분 핑계다. 갑자기 상황이 안 좋아진 거라고 둘러대거나 다 른 사람이 자기를 배신했다는 식이다. 


여하튼 그런 사기는 어떤 분야건 나름의 전문성이나 인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자 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나 모르는 사람에게 사기를 친다는 건 상대가 백치가 아닌 이상 불가 능하기에 동종업종이나 인간적으로 아주 친한 관계로부터 시작한다.  


가짜뉴스도 그렇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든 가짜뉴스는 별개로 치더라도 요즘 회자되는 가짜뉴스들은 대개 글깨나 썼던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 조작해 내지 않으면 사기 치기 어려 운 영역이다. 


기자 생활 40년을 넘어가는 필자가 아무리 둔재라고는 하지만, 그 세월 동안 귀로 듣고 눈으 로 보아 축적된 경험 덕분에 어떤 뉴스를 보면 그게 가짜인지 진짜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무 슨 근거냐고 묻는다면 뭐 이런 저런 이유와 근거를 댈 수 있긴 하나, 이 분야에서 오래 일하 다 보면 알게 되는 기자만의 촉이다. 그래서 나 같은 언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은 도대체 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가짜뉴스를 잡는 건 진짜뉴스 뿐



“가짜뉴스는 허위와 조작으로 일관된 정보라기보다는 어느 팩트에 선정성, 편파성, 왜곡과 조작에다 무지의 신념 혹은 고집, 말초적 감성을 건드리는 언어, 그리고 선동적 경향까지 버무려진 종합 예술적 성격마저 갖고 있다”고 최근 서울신문이 주최한 ‘가짜뉴스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에 출연한 전문가 4인 좌담에서 양선희 전 중앙일 보 대기자이자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가 말했다. 


같은 좌담회에서 허민 문화일보 전임기자는 “가짜뉴스 괴담은 정치권에서 나타난다”면서 “수년간 일어나고 있는 가짜 뉴스 현상은 거의 악의와 조작 정보 양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데 윤석열 커피라는 새로운 소설이 그 예”라고 했다.  


허 기자는 또 “가짜뉴스 생태계는 4개의 층이 있다”면서 “가 짜뉴스를 만들어 내는 교주-선동하는 무당-최악의 것을 믿을 준비가 돼 있는 광신도-흥분상태에 빠지고자 하는 군중”이라 는 것이다.   


양선희 교수는 “종편이후 ‘뉴스 예능’이라는 분야가 생기는 등 모함과 책략이 루틴인 정치인 각자가 공유할 수 있는 미디어가 많아졌고, 여기에 일반인이 팬덤으로 가담하면서 혼란이 가중 됐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고 오 히려 플레이어로 뛰면서 가짜 뉴스가 범람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사실(fact)중심주의’, ‘민주주의 수호’, ‘신뢰를 향한 노력’이라는 저널리즘 정신에 대한 새로운 각성과 재무장이 시급하다”고 했다.    


필자는 양 교수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사실중심의 저널리즘, 즉 바른 길을 가는 기자나 전문 기고가들이 정확한 fact에 의한 기사와 글을 써야 가짜 뉴스 를 만들어 언론 생태계를 파괴하는 교란자들-언론 사기 꾼들의 준동을 막아낼 수 있다.(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