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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지털 기술과 산업 생태계의 공진화(Co-Evolution)

【박덕환 칼럼】

디지털 변혁과 같은 기술혁신이 사회 전반에 걸친 급진적 변화를 초래하는 핵심 원리는 ‘공진화(co-evolution)’ 원리다. 기업과 시장 그리고 기술이 상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나가 변하면 나머지도 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호응하면서 경제 생태계의 공진화가 이루어진다.


1,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중반을 전후해 발전한 동력(증기), 교통(철도망, 도로망), 통신, 전기기술 등 4대 기술에 의해 촉발돼었다. 1970~80년대 PC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촉발된 3차 산업혁명은 정보 저장과 처리역량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며 경영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지금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주) 같은 ICT 기술의 발전 역시 기업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이 경제적 공진화를 리드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이 그 이전까지 불가능하던 가치 창출이나 경제적 행위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술혁신은 조직과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핵심기술들이 경제적 가치의 생산과 거래의 ‘조직화’에 있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든다. 공진화를 촉진하는 기술의 근간은 ‘연결성(Networking)’을 폭발적으로 강화시키는 통신과 가치를 창출하는 정보 획득, 생산, 공유가 유연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다.


연결성은 지리적 거리의 한계나 규모와 범위의 한계를 넘어서는 효율적 통합조정과 원거리 경영을 가능하게 만들어 전대미문의 생산성 증대를 가져왔다. 그리고 상호 의존적인 다양한 행위자들이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와 효용을 창출하는 산업 생태계의 조성이 이뤄졌다.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특정 상품에 국한돼지 않고 소비자의 생활방식에 맞춘 광범위한 공급망을 구축해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를 구축,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특정 상품이 아닌 고객의 전체 일과(Life Cycle)에서 각 시점마다 필요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통합 제공함으로써 고객가치 극대화에 주력한다. 구글의 유튜브 인수와 같이 고객 관심에 대한 지배적 접근권 확보를 위해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다양한 사업 분야로 진출해 생태계를 확장한다.

 

 

홀로 서기에서 함께 가기로의 변환, 디지털 산업 생태계


생태계는 다양한 참가자가 참여해 역동적으로 함께 진화하는 공동체다. 생태계 내에서 기업의 역할은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며 기술적 산업적 결합을 통해 공동의 가치를 창출해 지배기업을 중심으로 공진화하는 환경을 촉진한다. 이러한 생태계의 경쟁력은 참여 기업들이 기술혁신을 통한 저비용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네트워크 역량과 융복합 및 외부환경 변화의 충격 흡수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는 확장성과 다양성에 있다.


따라서 참여 기업들은 생태계 내에서 플랫폼의 지배기업이 돼거나 플랫폼 지배기업이 필요로 하는 상품, 서비스, 사업 등을 각기 공급하는 필수적 기업이 돼거나, 둘 중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배달의 민족’, ‘마켓 컬리’ 등과 같은 산업 생태계는 지배기업과 이 지배기업이 원하는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수 기업으로 구성돼어 있는 이치다. 양자 모두 정보화와 디지털 전환 없이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다. 자칫 혼동할 수 있으나 정보화는 ‘종이나 대면방식의 거래를 데이터 기반으로 온라인화’하는 것이고, 디지털 전환은 ‘구매, 생산, 판매, 고객 관계 등 기업가치사슬이 통합돼면서 고객, 파트너사가 한 몸처럼 생각하고 움직여 비즈니스 및 운영은 물론 고객 경험의 새로운 혁신이 반복돼는 경영 환경‘이라 할 수 있다(OECD, 2019).


그러나 한국의 산업 생태계는 대기업 중심의 수직 계열화가 고착화돼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디지털 격차로 인해 공진화에 장애를 겪고 있다.

 

2022년 2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부설 스마트제조 혁신추진단이 전국 4,000개 중소기업과 300개 대기업, 300개 지원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은 100점 만점 기준 71.52점으로 대기업 대비 90.5% 수준으로 양호하다.

 


 

그 중 제조업은 중소기업 평균 정보화 수준 점수보다 낮은 69.80점이지만, 정보화 전략 수립, 추진 환경, 구축 활동의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뉘는 정보화 수준 평가에서 모든 영역이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85% 이상의 비교적 높은 정보화 수준을 달성했다. 이는 비즈니스의 핵심기능 보다는 경영관리 부분의 정보화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진 결과로 보인다.


반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100점 만점 기준 16.17점으로 정보화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되었다. 대기업과 비교한 디지털 전환 수준도 46.4%에 그쳤는데 특히 디지털 전환의 영역을 프로세스, 기술, 조직의 세 가지로 나누었을 때 기술 영역의 디지털 수준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의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전략과 정책과제(2021)’에서도 중소기업은 디지털 전환 시 일반적인 경영관리나 마케팅 분야의 정보화는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핵심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영역이나 기업의 가치사슬 통합을 위한 ERP시스템 개편 등 대대적 실행 사안에서는 디지털전환수준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이 대기업에 비해 미흡한 상태가 지속돼면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융합하는 것의 차이로 공진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격차가 심해질 경우 중소기업의 생산성 저하 등 공급망 전체에 악영향이 있음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대기업에서는 일부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설비투자와 인력파견, 기술 공유 등을 진행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이를 확대할 것으로 보여 희망적이다.


제조기업 디지털 전환사업인 ’스마트공장‘ 부문에서 LS일렉트릭은 합리적인 가격에 제조, 공정을 개선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설비 관리가 가능한 대-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 모델을 선보였다.’ 스마트공장 파트너‘라는 콘셉트로 테크스퀘어와 스마트공장을 제시했는데 테크스퀘어는 시장에서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 주는 동시에 전문가 멘토링, 최적 파트너사 매칭 등 제조기업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 공장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플랫폼이다.


스마트공장 솔루션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 제조기업에 유용한 스마트 워크 벤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 워크 벤치는 디지털 작업 지시서와 작업자 실수에 따른 불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부품 체결 솔루션으로 천안 사업장에서 실제 구현해 효과를 입증했다.

 

 

LS일렉트릭은 약 100억 원의 기금을 마련해 중소 중견기업 156곳에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활동을 추진했다. 삼성전자 또한 2015년 삼성의 제조혁신 기술과 성공 노하우를 제공해 국내 중소 중견기업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중앙회와 함께 삼성전자와의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이 필요한 모든 중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제조현장 혁신과 공장 운영시스템 구축, 제조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내 전문가 총 200여 명을 선발해 기업별 상황에 맞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LG전자 또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협력사가 스마트공장 솔루션과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문가를 협력사에 파견해 제품 구조나 제조공법을 변경하고 부품의 복잡도를 낮추는 등 LG전자가 축적해온 스마트공장 구축 노하우를 협력사에 전수하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기업의 디지털 전환도 그와 같다는 생각이다.

 

관련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디지털 격차 해소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투자비용과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주저하는 기업이 많다고 한다. 또 대기업의 지원 이후에 비용 절감 등 대기업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어렵고 실질적인 이익과 발전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고 맞아야 할 매라면 먼저 맞는 것이 현명하다. 중장기적 안목에서 사업 목표 달성에 필요한 디지털 전환 실행 계획의 수립과 추진 그리고 IT조직문화 형성을 위한 활동부터 챙겨야하지 않을까?

 

디지털 트윈 - 원격 관리 및 실제 시스템 운영시 발생 가능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기계나 설비, 생산라인, 공정 등과 같은 현실세계의 물리적 시스템을 가상세계에 완전히 구현한 사이버-물리시스템.

 

박덕환
 

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연구 분야 : 중소기업 정보화 및 디지털 전환,
                스마트 Factory 컨설팅 등
전 IBK기업은행 남동공단 중견기업센터 센터장
전 IBK기업은행 전자금융부, 채널기획부 근무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