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가 결사반대 서명을 하고 있고 야당도 적극 반대하고 있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언론 중재 개정법안)을 여당이 이번달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일 태세다.
언론중재 개정법안은 제안 이유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시행한 ‘2020년 언론수용자 조사’ 중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 조사’에 따르면, ‘허위ㆍ조작정보(가짜뉴스)’가 24.6%로 1위를 기록함, 2위는 ‘편파적기사’(22.3%), 3위는 속칭 ‘찌라시’ 정보(15.9%)로, 국민들은 한국 언론의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전달과 이에 대한 피해를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고 밝혔다.
개정법안은 “이처럼 허위정보나 조작정보 폐해에 대한 국민적 문제 인식이 높음에도, 최근 2년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인용 사건의 약 60%는 인용액이 500만 원 이하에 불과하는 바와 같이 법원의 소극적 손해배상액 산정 경향으로 인해 결국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사가 가짜뉴스를 생산 및 유포하는 행위에는 사회ㆍ경제적 이익 추구가 큰 동기 중 하나이므로, ‘허위ㆍ조작정보(가짜뉴스)’로 취득한 이익을 박탈한다면 예방이 효과적일 것이라 기대된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년 언론수용자 조사’를 찾아봤다. 제안 이유에서 인용한 부분은 ‘언론과 뉴스보도에 관한 인식’이란 큰 제목 아래 마지막 소제목으로 나온 ‘언론보도 문제’의 내용이다.
‘언론과 뉴스보도에 관한 인식’이란 제목 아래, 처음에 나온 부분은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한 수용자 조사 결과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공정한가’ ‘우리나라 언론은 정확한가’ ‘우리나라 언론은 신뢰할 수 있나’ ‘우리나라 언론은 전문적인가’ ‘우리나라는 언론활동이 자유로운가’ 등에 대해 5010명에게 물은 결과 대체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다.
공정성은 보통 이상이 73.2%, 정확성 80.5%, 신뢰성 79.6%, 전문성 88.1%, 언론자유 88.5%로 나타났고 밝혔다.
그리고 말미에 ‘언론보도 문제’라는 소제목 아래 언론 보도 관련 현상 중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항에 대한 응답 결과를 나열했다. 허위‧조작 정보(가짜 뉴스)라는 응답이 24.6%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편파적 기사(22.3%), 속칭 ‘찌라시’ 정보(15.9%), 언론사의 자사 이기주의적 기사(9.3%) 순으로 조사되었다.
이것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언론수용자들이 가장 문제라고 인식하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앞부분에 나오는 한국언론에 대한 신뢰성과 정확성, 공정성 면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으로 나타난 부분은 생략하고 ‘언론보도 문제’만 인용하면 마치 우리나라 언론보도들이 가짜 뉴스와 편파적 기사, 찌라시 정보들로 만연돼 있는 듯,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어느 나라의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물어보면 일반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응답에 불과하다고 하겠다. 언론 보도는 눈에 보이는 제조 상품과는 다르다. 주관적 인식, 지식과 교육, 경험의 정도, 개인과 집단의 가치관과 각각 처한 입장에 따라 격한 감정적 반응이 일어나기도 하고 심할 경우 사실조차도 부정하고픈 게 ‘뉴스’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뉴스’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때문에 인상적인 평가일 수밖에 없고 그것을 근거로 법적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겠다.
또 개정법안 제안 이유에서 “최근 2년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인용 사건의 약 60%는 인용액이 500만 원 이하에 불과하는 바와 같이 법원의 소극적 손해배상액 산정 경향으로 인해 결국 ‘허위ㆍ조작정보(가짜뉴스)’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고 밝혔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 그 법을 근거로 재판하는 법원의 판결을 불신하는 듯한 맥락이다. 민망한 제안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불신을 근거로 개정법안은 기존손해액의 3-5배의 가중 배상을 물리겠다는 법안을 만들었다.
‘기준 손해액’은 무엇이고 언론에 대해서만 기존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배상을 청구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언론 보도의 사회적 책임이 엄중한 만큼 그 정도의 배상을 물려야 한다는 취지라는데, 언론에게만 과도한 배상 처벌을 행하는 것은 법적 정의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에게도 위법한 기사를 매개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조항을 넣은 것도 분별심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언론사의 기사 내용까지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것은 뉴스서비스 사업자들을 통해 언론사를 통제하려는 발상 아닌가.
1990년대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은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서 언론은 지금까지 고군분투해왔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누구나 페이스북과 트윗, 유튜브, 블로그에서 뉴스를 전할 수 있고 라이브 중계도 가능한 시대다. 정치인이 트윗을 가장 잘 이용한다. 정치인의 트윗을 인용해 보도한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보도를 요청해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해당 기사 상단에 정정보도 딱지를 붙이고 뉴스 소스인 트윗을 띄운 정치인은 면책되고 뉴스서비스 사업자들은 매개책임을 물어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허위조작 정보, 가짜뉴스를 너무 당연하게 쉽게 말하는 것도 문제다. 일부 매체에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가짜뉴스를 잡기 위해 기존의 정상적인 보도 활동을 하고 있는 매체의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다 외양간을 태우는 꼴이 될까 우려스럽다. 가짜뉴스 처벌 부분은 현행 법률로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기자는 ‘사냥개’처럼 뉴스거리와 정보를 찾아다니는 전방 수색조와 같다. 힘 있는 기관이나 권력자들은 본능적으로 진실을 숨기려고 한다. 그들이 공개하는 것은 공개해도 좋을 것들만 노출시킨다. 사실과 진실이 처음부터 드러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수많은 단서와 목격담을 보도하면서 차차 실체에 접근해가는 것이 기자들의 일 방식이다. 최종 진실을 밝히는 후방 작업은 검찰과 경찰, 재판관, 학자와 해당 기관 등이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후방 작업의 과정도 기자들은 매 과정마다 드러나는 사실을 기사로 처리할 것이다. 뉴스와 정보의 생태계가 이렇게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지, 기자들과 언론사들에게 세상의 사실과 진실 책임을 다 지우고 그것도 모자라 3-5배의 배상을 물리겠다는 생각은 납득되기 어렵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세계 언론계의 비판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본다.
정정보도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며 한국 언론은 정정보도도 사실 보도의 일환이라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언론중재 개정법안은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영향과 의미를 성찰하지 못한 것 같고, 언론보도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언론중재법을 마땅히 재고하기를 권하고자 한다.